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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의 일러스트로 된 책표지를 보고 선뜻 고른 책이다.

책을 읽을수록 상상도 못 한 세계가 펼쳐진다.

이상하고 기괴한 풍경이 그려지지만 찝찝해서 기분 나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일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은 그 사람이 맞을까?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껍데기가 아닐까?
나야말로 진짜가 맞을까?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참 흥미롭다.
가끔 너무 설명을 해주느라 박진감이 떨어지는 순간들이 있지만

끝까지 마지막 장을 궁금하게 하는 게 좋았다.

 

한여름에 읽어서 그런가, 미스터리 하고 기괴한 풍경들이 재밌게 느껴지끼까지 했다.

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봐야겠다.

 

 

 

 

 


아래는 교보문고 온라인서점에서 그대로 가지고 온 내용입니다.

 

 

책 속으로

우주복을 입은 엑스트라들이 웅성댔다. 벌써 몇 번째 다시 찍는 것인지 몰랐다. 어느새 깊은 밤이 되어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
그들은 쉬는 시간을 틈타 은박지로 만든 것 같은 옷을 벗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러고는 촬영장 구석에 놓여 있는 생수병의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누구 하나 관두고 돌아가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요즘 같은 시절에 이보다 나은 부업은 좀처럼 없었으니까.
-16p

여자가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전동 드릴의 날이 노인의 이마를 뚫었다. 피와 뇌수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노인은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었지만 그것도 잠시, 곧 축 처지더니 제어기에 몸을 대충 걸친 형상이 되었다가 툭 떨어졌다. 주변 벤치에 있던 사람들이 일어섰다. 카페 주인이 밖으로 뛰어나가는 걸 여자는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슬로모션처럼 느릿느릿 전개됐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도 그 순간이었다. 어떻게 지구가 이렇게 빨리 회전할 수 있지? 잠시 휘청거리던 여자는 테이블 모서리를 붙들고 겨우 일어나 벽을 짚으며 카페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34p

주민들은 마치 화성인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화성을 꿈꿨고 화성을 상상했으며 극관, 대운하, 먼지폭풍 같은 단어들에 대해 공부했다. 마을 초입 식당 간판에는 별, 달, 태양계의 그림이 들어갔고, 타오르는 듯한 주황빛의 화성 사진을 곁들이지 않은 가게는 눈길조차 끌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영화 세트장이 조성된 공터 쪽으로 빠지는 교차로 한구석에 비스듬히 걸려 있는 검은색 현수막과 빛바랜 피켓을 눈여겨본 이가 단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은. 한껏 들뜬 마을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검고 음울한 플래카드에는 다음과 같은 구호가 흰색 페인트로 삐뚤삐뚤 적혀 있었다.
“화성은 물러가라. 여기는 지구다.”
-75p

그의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한다. 깊고 어두운 굴. 그 내부의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아버지는 어린 그의 손을 잡고 그 깊고 깊은 터널 속을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발밑에 아무것도 없는 듯 오직 낙하만이 계속될 때, 그가 무서워 울면 아버지는 소리치곤 했지.
-정신차려. 이게 너의 왕국이니까. 아니지. 이건 너의 왕국이 아니라 나의 왕국이야. 이제 곧 너는 나고 나는 네가 될 것이며 우린 그렇게 영원히 함께하게 될 테니까.
-81p

무중력 공간을 걷듯 붕 뜬 기분으로 산을 내려오니 벌써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흙 묻은 삽을 비닐에 싸서 자율방범대 순찰차 트렁크에 숨기고 조수석에 굴러다니던 페트병 뚜껑을 열어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냉수가 온몸을 타고 흐르자 이상한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력이 솟아나는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피로를 견딜 수 없었고 축 처진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삶은 다 끝난 것 같았고 뭘 해도 새로운 희망 따윈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아침에 눈을 뜨면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웠다. 이렇게 기운이 넘치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전체가 기묘한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17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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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 김희선 - 교보문고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 지금 여기가 외계 행성인가 싶지요? 화성을 닮은 붉은 토양의 마을, 똑같은 얼굴로 미소 짓는 사람들 이상하고 섬뜩한 활기 아래 감춰진 끔찍한 욕망의 역사다소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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