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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 작가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이름까지 돋보이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장편 「지구 끝이 온실」을 읽게 되었다.
역시 개성 소재와 상상력으로 반짝이게 시작한 소설이었다.
지구 대멸망 60년 후라는 배경도, 식물 모스바나의 존재도 모두 흥미로웠는데 이야기를 읽을수록 나의 속도를 글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더 속도감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한가지 궁금한 점, 왜 남자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단편에서의 반짝거림을 다시 느끼고 싶어, 다시 한 번 김초엽 작가의 글들을 찾아봐야겠다.
아래는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그대로 가져온 책 속 글들입니다.
책 속으로
아영은 그렇게 느리고 꾸물거리는 것들이 멀리 퍼져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천천히 잠식하지만 강력한 것들,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정원을 다 뒤덮어버리는 식물처럼. 그 런 생물들에는 무시무시한 힘과 놀라운 생명력이, 기묘한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영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82쪽
“좋아요. 딱 한 번만 더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쩌면 당신이 말한 정원의 주인은 제가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당신은 답을 아직 알지는 못하지만, 답을 찾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를 알지요. 그곳으로 가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109쪽
“지금부터는 실험을 해야 해. 내가 가르쳐준 것, 그리고 우리가 마을에서 해온 것들을 기억해. 이번에는 우리가 가는 곳 전부가 이 숲이고 온실인 거야. 돔 안이 아니라 바깥을 바꾸는 거야. 최대한 멀리 가. 가서 또다른 프림 빌리지를 만들어. 알겠지?”
-242쪽
어떤 기묘하고 아름다운 현상을 발견하고, 그 현상의 근거를 끈질기게 쫓아가보는 것 역시 하나의 유효한 과학적 방법론일지 모른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대부분은 실패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가보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놀라운 진실을 그 길에서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아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257쪽